여행(국내,외)을 저렴하게

바다 시리즈 3 강원도 고성

바다 백호 2008. 5. 7. 11:22
 
강원도 고성군 토성면 청간리 

역광에 드러난 청간정

설악산 골짜기에서 흘러내린 맑은 내(청간천)와 넘실거리는 동해 푸른 물줄기를 한눈에 내려다보는 기암절벽 위에 청간정(淸澗亭)은 자리하고 있다. 한겨울에 찾은 정자는 음풍농월을 하기엔 을씨년스럽고, 사방에서 날을 세워 덤벼드는 바닷바람은 매섭기 이를 데 없다. 그런데 이 것은 무엇일까. 가슴팍을 파고드는 매운바람에도 쉬 떠나지 못하고 한참을 서성이게 만드는 이 것은.

 

만경창파. 더러는 그렇게 문자를 앞세우리라. 끝없이 펼쳐지는 드넓은 동해. 청간정에 오르면 그 바다가 나그네의 발길을 잡는다. 겨울 해변은 새들의 망명지다. 매운 해풍도 아랑곳않고 무리지어 모인 새들이 해변을 차지해 자유롭게 노닌다. 때론 하늘 높이 솟구쳐 올라 드넓은 바다 위를 거리낌 없이 나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세상살이의 고달픔이나 걱정거리가 말끔히 사라진다.

겨울새들의 망명지

일찍이 정철이 <관동별곡>에서 이 곳의 절승을 노래했지만 청간정의 아름다움은 관동팔경 중에서도 으뜸으로 꼽히는 곳이다. 강원도 고성군 토성면 청간리에 자리한 청간정은 창건연대나 창건자는 알 수 없다. 다만 조선조 중종 15년(1520년)에 간성군수 최청이 중수한 기록으로 보아 정자의 건립은 그 이전으로 추측된다. 이후 여러 차례 중수되고 소실되기를 되풀이하다가 지금의 모습으로 정비된 건 1980년 최규하 전 대통령의 지시로 인해서다. 최 전 대통령이 동해안을 순시하다가 풍우로 훼손되고 퇴색한 정자를 보고 당시 공사비 1억3,000만원을 내려 정자를 완전히 해체, 새로 건립했다.

 

전면 3칸, 측면 2칸의 겹처마 팔작지붕에, 초석은 민흘림이 있는 8각 석주로서 전후면 8개의 높이는 220cm가 돼 마루 귀틀을 받치는 1층 기둥으로 돼 있다. 중앙부의 높이 1.2m 초석 위에 팔각형의 동자기둥을 세워 누마루 형식의 아래층 구조체를 형성하고 있다. 2층은 8개의 기둥이 모두 원주이며, 기둥 중심에서 외측으로 60cm 정도 띄어 사면의 단층 궁판을 평난간으로 둘렀다. 바닥은 우물마루이며, 지붕측면 첫째와 둘째 기둥 사이에 정자 위로 올라오는 목조계단을 설치하고 있다.

최규하 전대통령이 남긴 글귀

그래서인지 현재 청간정에는 최 전 대통령의 흔적이 곳곳에 남아 있다. 기념식수를 비롯해 청간정에 오르면 이승만 대통령의 친필 휘호 현판과 마주한 곳에 최 전 대통령의 '악해상조고루상(嶽海相調古樓上) 과시관동수일경(果是關東秀逸景)'이라 쓴 글이 남아 있다.

 

정자를 에워싼 우거진 노송도 놓치지 말아야 할 구경거리다. 울창한 송림 사이로 넘실거리는 동해의 푸른 물결과 백사장 풍경이 사뭇 인상적이다.

동해 만경창파를 바라보며

*맛집
청간정에서 북쪽으로 7km 남짓 더 올라가면 송지호다. 그 주변에 매운탕 및 생선회를 전문으로 하는 음식점이 자리잡고 있다. 송지호에서 7번 국도를 따라 간성읍 방향으로 가다 공현진교 건너기 전 좌회전, 1.3km 들어가면 전통건조물보존지구로 지정된 오봉리 왕곡마을이 나온다. 왕곡마을 오봉막국수집(033-633-9238)의 동치미 막국수가 소문난 별미다. 살얼음이 동동 뜬 동치미 국물에 직접 면발을 뽑은 막국수를 말아서 내놓는다.

송림에 둘러싸인 정자

*가는 요령
미시령터널이 개통되면서 서울과 강원도가 한결 가까워졌다. 강변북로 - 양수리(6번 국도) - 양평(44번 국도) - 홍천 - 인제 - 한계 3거리(46번 국도) - 용대 3거리(56번 지방도) - 미시령 - 속초(7번 국도) -청간리에 이른다.

이승만 전대통령 친필로 쓰여진 현판

겨울철이라 국도가 부담스럽다면 고속도로를 이용하는 편이 낫다. 영동고속도로 강릉JC에서 빠져 동해고속도로(속초방면)를 타고 종착지인 현남IC에서 나간다. 국도 7번으로 이어지는 양양 - 속초를 지나면 곧 고성군 토성면 청간리다. 국도 오른쪽으로 청간정 간판과 정자가 보인다.